영화읽기1             인간의 나약함에 따뜻하게 응시하는 영화 <완령옥>                           애니메이터 안주영 감독

 

                                   

                                                <완령옥>은 무성영화시절 중국의 여배우였던 완령옥이 옛 애인 장달민에게 당시 동거 중이던 유부남 당계산과의 관계로 간통                                                   죄로 고소를 당하고 자살한 실제 스캔들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형식을 동시에 오가며 구성한 대만의 감독 관금붕의 영화다.

                                                 실제 완령옥이 찍었던 과거의 영화촬영현장을 재현한 극중 여러 장면에서처럼 마지막 씬 장례식 장면에서 영화 <완령옥>을                                                    감독한 관금붕이 느닷없이 직접 등장해 극중에서 오영강 감독으로 분한 배우에게 말한다. 실제로 어떤 말을 그들이 했는지 알                                                  수 없고 우린 단지 장례식장의 사진 밖에 없다고. 그런 후 잠시 뒤에는 비목 감독으로 분한 배우가 극영화 속에서 카메라 정면                                                  을 향해 그녀의 사생활과 고통은 마지막까지 다른 사람이 알기 힘들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완령옥>은 극영화와 다큐멘터                                                    리가 섞인 형식이지만 과거의 자료로 남은 무성 극영화와 스틸사진에 완령옥 자신이 등장할 뿐 다큐멘터리에는 영화 <완령옥                                                 >을 찍는 배우, 감독들이 주로 등장한다. 완령옥의 회고전을 본 관금붕 감독이 (장만옥이 아닌) 매염방과 완령옥이 마주보고                                                       대화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영화를 구상했다고 하니 애초부터 다큐멘터리 속의 배우들의 인터뷰는 <완령옥>에서 완령옥의                                                       삶을 재구성한 극영화 못지않은 중요한 비중으로 들어있었던 셈이다.

                                                  <완령옥>의 시작은 실제 배우 완령옥의 영화촬영 속 스틸사진으로 시작해 극중 완령옥으로 분한 장만옥과의 인터뷰로 넘어                                                  가는데 죽은 후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을 감독으로부터 받는다. (완령옥은                                                      1935년 25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영화 <완령옥>은 1991년에 제작되었다.) 장만옥은 완령옥은 가장 찬란할 때 25살에 죽                                                 었으니 기억되더라도 자신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가 진행되면 동료배우 여리리로 분한 유가령과 감독 채초생으로                                                     분한 양가휘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90년대를 대표하는 배우들 중 하나로 기억되고 싶어 하거나 농담이긴 하지만 최고일 때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질문은 사실상 완령옥의 자살의도와는 상관없는 질문이다. 완령옥은 가장 화려할 때 기억되기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극중에서 완령옥이 내레이션 한 유서가 실제 완령옥이 쓴 것이라면 간통이라는 불명예(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것과는 별개로)에 죽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소문(당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방식)을 두려워했다. 긴 세월이 배우 완령옥의 자살을 최고로 찬란할 때 죽은 화려함만을 남겨 놓았다하더라도 완령옥의 자살과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방식에는 얼마나 큰 간격이 벌어져 있는 것인지. <완령옥>은 극영화로 완령옥과 주변인물들이 했음직한 말과 행동을 개연성 있게 스토리 텔링하는 닫힌 구조를 선택하는 대신 극형식과 병행해서 <완령옥>에 출연한 배우들과 감독이 완령옥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고 질문하게 함으로 해서 영화를 보는 우리의 궁금증을 대변하게 하고 당시 완령옥의 동료였던 노년의 배우들과 감독, 각본가의 인터뷰로 그녀에 대한 정보를 더듬어 알게 한다. 비록 그런 정보들이 그녀에 대한 결정적인 것들은 별로 알려주지 못한다하더라도 말이다. 완령옥과 친한 동료였던 여리리는 완령옥과 채초생 감독과의 관계를 완령옥이 죽은 뒤에야 짐작했다고 말할 뿐 완령옥의 고백을 통해 알지 못했고 각본가였던 심적은 극중에서 완령옥이 당계산의 나쁜 평판을 이미 안 것과 달리 동거 후에야 알았다고 인터뷰했다. (라이벌이었던 진연연은 완령옥

이 자신을 경계했다고 얘기할 뿐 완령옥에 대해 다른 것은 알 수 없고 중풍에 걸린 손유 감독에게서는 단지

책으로 된 자료를 관금붕 감독이 잠시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 <완령옥>에서 쉽게 완령옥을 판단할 수 없다. 감독의 완령옥에 대한 평가처럼 보이는 고상하고 (혹은

고귀하고) 정열적이라는 영화사 연화 사람들의 말과 스스로에 대해 극중에서 완령옥은 엄마에게 마작을 선물

하며 자신을 바보가 아니라 ‘미쳤을 뿐’이라고 또 당계산과의 대화에서 남들이 자신에게 잘 해주는 것을 견딜

수 없어 잘해주면 ‘미친 듯이’ 자신은 더 잘해준다고 연기에 대해서는 ‘미친 것   것이겠지만 어쩌면 감독은

완령옥이 자살을 선택한 것을 단지 불명예 때문이 아니라 완령옥의 정열적인 기질에서 그 원인을 찾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화 <완령옥>에서 당계산에게 남긴 완령옥의 유언장에는인 채 당계산의 여성편력에 대한 직관과 그럼에도 모든 것을 끌                                                       어안는 포용력과 죽음보다도 사람의 이목을 두려워하는 모순된 인간의 나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죽는 게 어떻게                                                       아쉽겠어요. 그래도 소문은 무서워요, 소문은 무서워요. 내가 없으면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난 행복해요.”그                                                        럼에도 그녀의 유언에는 어떤 기품이 흐른다. 감독의 완령옥에 대한 연민의 시선에는 인간의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드러나고 또 완령옥의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수용적 태도가 당계산을 향할 때 드러난다. 비록 극영화와 나란히 있는 다큐멘                                                      터리에서 완령옥 자리에 놓인 장만옥은 자신이 아닌 타인이 이유가 되어 자살을 한다는 것과 자신의 개인적 일에 완령옥과                                                      같은 처지가 되어 버린다면 기분이 나쁠 것이고 그런 자신의 기분을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인터뷰를 했다. (사실 누구                                                        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인터뷰다.) 다큐멘터리로 굳이 이 영화를 열린 구조로 둔 것은 완령옥의 자리만큼이나 애초의 과                                                      거와 현재배우와의 대화로 구상한 설정이 감독에게 중요했기 때문이겠지만 어쩔 수없이 더 인상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                                                        와중에서도 영화 속 극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의 필터를 통해 걸러진 완령옥을 향한 인간의 모순과 나약함에 대한 감독                                                      의 인정의 시선이다. 여학교 교장인 동창이 자살하기 전에 완령옥을 찾아와 부녀자의 날 학교에서 연설을 통해 자신의 나약                                                      함과 허영심을 고백하고 깨끗해져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일어설 기회를 잡으라고 충고하는 씬이나 후에 완령옥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었던 감독 채초생이 촬영현장에서 중국인들의 삼분의 이는 쪼그려 앉아 모욕을 받고 쪼그려                                                        앉아 구원을 기다린다며 유명배우가 된 후에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완령옥에게 같이 쪼그려 앉기를 권하는 씬에서 완령                                                      옥을 향해 감독이 내미는 따뜻한 손길을 관객들은 느낄 수 있다.

                                                     완령옥은 영화사 연화와 계약을 맺고 뚜렷하고 주체적인 역할을 막 연기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스스로 연화의 사장 당계산의 정부가 되는 모순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행동을 했다. 당계산과 가까워지던 시기 완령옥은 구국운동에 참여하는 동료들에게 자극을 받고 이전까지 맡아온 비극적이고 요염한 역할이 아닌 억세고 소박한 여공역을 직접 감독으로부터 따내는데 감독을 찾기 전날 동료들에게 진정 감화되어 완령옥은 창가에서 밤을 지새운다. 그리고 이후 작품들에서 그녀의‘미친 것처럼’연기한다는 표현만큼 역할마다 진심을 다해 몰입하지만 자신이 처한 삶의 모순에 대한 깨달음이 드러난 것은 불과 자살 직전 내레이션 씬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져 완령옥은 그때서야 자신이 옛 연인인 장달민과 당계산 두 사람의 쟁탈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비탄조로 고백한다. 어쩌면 노년이 된 동료 심적이 당계산과의 생활이 완령옥에게 이상적이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만족했다고 한 인터뷰가 사실이었을 가능성이 클지도 모른다. 당계산의 정부로 간통죄로 고소당했으면서도 그 해결책으로 또다시 부인과 연인이 있는 채초생과의 결혼을 꿈꾸는 완령옥도,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완령옥이 죽은 후에까지 피를 빠는 장달민도, 소유의 대상이상으로 밖에는 여자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었던 당계산도, 사랑에 용기가 부족하고 매사 타협적인(감독에 따르면 후에 체제 선전영화를 주로 제작했다고 한다) 채초생도 자기모순과 나약함에서 벗어나기보다는 모두 자기모순과 나약함과 더불어 살아간다. 비통하게도 인간의 나약함이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태생적 조건이라는 것을 영화 <완령옥>은 보여주고 있다.

애니메이터 안주영감독 

경북대 사회교육학과 졸업,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연출 전공 졸업, <선잠> 애니메이션을 부천국제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 상영,

<쫑> 애니메이션을 인디포럼 여성인권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에 상영한 바 있다. TV비평 공모에 당선, 매거진t (2007.10~2008.6)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