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8                               인간에게 공생을 가르치는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애니메이터 안주영 감독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너구리들은 변신을 해야만 인간들이 사는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다. 도시에 사는 너구리들에게 변신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우리 인간은 동물을 애완으로 길들이거나 동물원에 가두는 것 외에 함께 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암울함이나 슬픔이라고는 내비치지 않는 너구리들의 낙천적인 모습에도 가장 밑바닥까지 닿는 인간에 대한 절망감을 가지게 된다. 어떤 방법으로도 인간을 변화시킬 수는 없구나하는 절망감이다. 너구리의 변신술이 원래 있던 일본의 설화에서 유래된 것이긴 하지만 일종의 유머처럼 생각되는 ‘변신술로도’ 인간을 바꿀 수 없다는 자조적인 말을 건네고 있다. 도시에서 야생인 채 돌아다니는 동물들은 인간들과 늘 불협화음을 일으키기 마련이고 인간이 도시에 조성한 녹지는 동물들의 생활공간으로는 모자란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너구리이고 그들의 희희낙락한 모습에 덩달아 웃게 되지만 직접 매스컴에 투고를 해서 너구리들의 뉴타운 건설을 막기 위한 변신술에 대한 인터뷰를 한 후 너구리들이 대량살상 당한 것을 보면 그들의 ‘인간 연구 5개년 계획’은 실패인 셈이다. 너구리들이 인간을 잘못 알았거나 인간 대하듯 자신들을 대할 것이라 생각했거나 귀여운 너구리들은 죽을 때조차도 흥청망청 죽음의 길로 갔다.

인간들이 보지 않을 때에는 두 발로 걷는 <폼포코>의 너구리들은 인간과 다르지 않은, 스스로 인간들과 다르다고 여겨본 적이 없는 너구리들이다. 뉴타운 개발로 산이 훼손당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인간이 자신들과 같은 동물이라 생각했는데 부처 같은 힘이 있다고 비아냥댄다. 인간은 사라져가는 동물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인간은 동물들에 대해 자신과 같은 동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너구리들의 말처럼 너구리들의 착각이었을 따름이다. 동물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른 동물들을 대할 때 인간들은 잊지 않는다. 먹이사슬에 얽혀있는 동물들은 수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탈하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먹이사슬에 얽히지 않은 동물들도 자신들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개체수를 조정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동물들에게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이 있어서 <폼포코>의 너구리들과 똑같이 사랑하거나 기뻐하고 불안해하기도 하거니와 두려워하기도 한다. 너구리들이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흥청망청 웃기만 하지만 실제로 인간의 학대에 동물이 인간이 학대받을 때 느낄 수 있는 것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똑같은 시선으로 동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거듭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서 저주나 천벌로는 산을 밀어 뉴타운을 건설하려는 인간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자신이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을 소유했다고 믿는 인간들에게 실질적으로 제안할 만한 것이 너구리에게는 없었다. 그들은 산이 자신들의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지만 너구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인간들과 트러블을 일으켜 봉인해 둔 변신술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주나 천벌로 뉴타운 건설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인간들은 신사를 철거하는 것이 걱정되고 두려워 액땜 굿도 하고 공양을 하면서도 산에 살고 있던 동물들에 대한 대비책은 생각지 않았다.

인간이 변신술을 가진다면 너구리와 같은 작전을 펴지는 않았을 것이다. 너구리가 몇 년 만에 변신술 달인을 초빙해 와 고심한 끝에 너구리 전원이 참가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탄생한 요괴대작전은 인간들에게는 요괴 퍼레이드의 눈요깃감이상 될 수 없었고 그나마도 뉴타운에 있는 원더랜드 사장이 화제성을 이용해서 홍보용으로 써먹고 만다. 너구리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이 한 일임을 밝힌 후에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서 유일하게 잔인하게 표현된 장면인 너구리들의 주검 무더기가 등장한다. 흥청망청 귀여운 너구리들을 그렇게 죽일 법한 인간캐릭터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나오지 않는다. 너구리를 보고 소리 질러 부르는 아이들이나 요괴 퍼레이드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나 너구리에게 당하고 떠나는 인부들이나 심지어 요괴 퍼레이드를 채어 간 원더랜드 사장에게도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너구리를 당연하게 죽일 수 있는 잔인함이 인간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기에 아무런 의문을 느끼지 않고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마지막까지 볼 수 있다.

애니메이터 안주영감독 

경북대 사회교육학과 졸업,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연출 전공 졸업, <선잠> 애니메이션을 부천국제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 상영,

<쫑> 애니메이션을 인디포럼 여성인권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에 상영한 바 있다. TV비평 공모에 당선, 매거진t (2007.10~2008.6)연재,

현재 대구예술발전소 7기 레지던스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