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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7                                                        동물해방의 판타지 영화,   <옥자>                                                                                애니메이터 안주영 감독

 

 

 

 

 

 

 

 

 

 

 

 

 

 

 

 

 

 

 

 

 사랑스러운 ‘옥자’는 <옥자>에서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쩌면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코끼리만한 슈퍼 돼지, 옥자는 주인이자 가족인 미자에게 할아버지 못지않게 소중한 존재이다. 할아버지 외에 미자에게 옥자보다 더 친밀한 존재는 없다. 미자와 옥자의 유대관계를 본 후 옥자가 죽음에 임박해 있음을 알게 된다면 마음을 졸이면서 옥자를 구하려는 미자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자의 유일한 친구인 옥자를 영화 내내 우리도 사랑할 수 있다. 좋아하는 감을 달라고 조르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덩치에 비해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 옥자에게 공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그다지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 일이다.

 한편 <옥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과장되어 있다. 옥자를 구하기 위해 미자가 감수하는 위험은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동물해방전선 ALF의 멤버들, 글로벌 대기업 미란도의 CEO 루시 미란도, 미란도의 얼굴마담인 동물학자 조니 윌콕스 모두 감정과 행동이 과장되어 있어 미자에 대한 충실함 외에는 과장된 점이 없는 옥자가 오히려 더 인간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다.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옥자는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서인지 감정과 행동이 절제되어 있고 <옥자>의 인물 뿐 아니라 장면들도 과장된 요소들이 많아서 그런 점들이 <옥자>를 보는 동안 충분히 영화를 즐길 거리가 되어 줄 수 있다. 전체적으로 과장된 분위기가 느슨하고 사실적이지 않은 전개 내용을 용인하게끔 하는 근거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영화를 보는 게 아니니 영화적 개연성만 있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사랑스러운 ‘옥자’는 <옥자>에서 대체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었을까? 물론 옥자 캐릭터 자신이 느끼는 문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옥자라는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옥자>를 보는 동안 영화가 던지는 유머를 즐기다가도 마지막까지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의 과장에 비해 무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의도치 않은 트러블메이커인 옥자가 강압적이지 않은 자연교미 방식으로 탄생했다던 회사의 홍보와는 달리 동물 실험에 의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했다는 것이 <옥자>에서 주요 갈등지점이 되는데 영화 중반부에 그 사실은 이미 드러나 버리지만 영화 진행의 동력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옥자의 식용으로써의 죽음을 막으려는 미자의 노력과 미란도의 유전자 조작 은폐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동물해방전선 ALF의 제안으로 드러나듯 <옥자>는 유전자 조작을 위한 가학적인 동물실험을 폭로함으로써 결국 옥자가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끔 관객들을 유도하고 있다.

옥자는 미자 집에 걸린 증서대로 축산가인 희봉에게 사육되도록 미란도가 양도하였지만 회사의 관리를 받아왔고 반려동물이 아니라 식용으로 길러진 동물이다. 오히려 회사의 블랙박스 설치나 직원파견 등의 각별한 관리를 생각하면 코끼리만한 옥자가 전통적인 방식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하더라도 지나치게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 상황이라면 뉴욕으로 옥자를 데려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관리는 있을지 모르나 지원 없이 사육되어온 것이 문제가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옥자>에서 제기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는 유전자 조작 은폐를 제외하면 이것이 유일할지 모른다.

  결국 <옥자>에서 가장 갈등의 중심이 되는 것은 가학적 동물실험에 의한 유전자 조작이다. 동물실험 자체가 가학적으로 이루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표기를 한 제품도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실제로 수의학과에서의 실험이나 동물실험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화장품, 인간 의료행위를 위한 실험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도 익숙한 것이다.

하지만 <옥자>에서 폭로의 최고점이 되어야 할,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설정되어 있는 - 슈퍼돼지 축제 행사에 실험실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될 예정이었고 성공했다 - 실험실 내부의 사정과 조니 윌콕스에 의해 행해지는 가혹행위는 실제 사례에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변변한 실험시설을 갖추지 못한 모습이나 단지 닭장 같은 곳에 갇힌 변이된 동물의 모습에 잠시 카메라를 비추는 것은 등장인물들과 장면들이 과잉인 점을 감안하면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실생활에서 이웃이나 병원에서 애완동물의 짝짓기가 인간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실험실에서의 옥자의 짝짓기가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이것이 실험실 내부 폭로 장면으로서 적합한 것이었을까 하는 점에서는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다. 옥자의 탄생은 실제 사례가 아니고 미란도에 대한 폭로가 동물실험실 장면에 달려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훨씬 더 실제보다 과하게 나가는 것이 영화의 균형이 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옥자>의 설득력이 생기는 지점임을 부인할 수 없다.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 축소되거나 생략된 셈이다. 사실상 축산으로 키워진 옥자이므로 생명을 다루는 방식의 문제제기가 좀 더 분명한 태도로 이루어졌다면 <옥자>의 영화적 울림이 더 컸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란도와 대척점에 있는 동물해방전선 ALF의 경우도 감상적으로만 다루어져서 <옥자>에서 그들이 겪을 법한 현실적 어려움이 회사에서의 밥벌이의 어려움을 다룬 만큼만이라도 할애를 받았더라면 전작들에서 감독이 보여준 치열함을 관객들도 조금은 더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애니메이터 안주영감독 

경북대 사회교육학과 졸업,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연출 전공 졸업, <선잠> 애니메이션을 부천국제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 상영,

<쫑> 애니메이션을 인디포럼 여성인권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에 상영한 바 있다. TV비평 공모에 당선, 매거진t (2007.10~2008.6)연재,

현재 대구예술발전소 7기 레지던스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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