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수마자 (2).jpg_노아영
그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귀여운 얼굴을 한 고라니와 물 밑의 수많은 생명들도 더 이상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말 못하는 짐승과, 수면 아래의 여린 생명들은 속수무책으로 그들의 목숨을 저당 잡히기 시작했다. 자본의 논리에 눈이 먼, 몹쓸 인간들에 의해,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죽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가혹하고 잔인한 시간을 의미했다.
굽어져야 할 강줄기엔 알 수 없는 직선형의 물길들이 만들어졌고 콘크리트 몸을 한 차가운 보들이 하나 둘씩 세워졌다. 황량한 물 길 위론 몇몇 사람들을 태운 인공 나룻배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강 위를 오갔다. 그것은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나날들을 의미했다. 습지의 생명들은 씨앗을 감추고 예전과 같이 화려하게 피어나지 않았다. 물이 메말라 황폐해진 강 자국 위에는 뙤약볕 아래 고개를 내민 잡초만이 무성했다. 사계절 푸르렀던 녹색의 습지 위에는 메마른 풀과 나뭇가지들이 힘겹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푸름을 점령하던 수많은 생